‘코로나19’ 첫 백신 개발 누가?…속도전에 안전성 소홀 우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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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전으로 돌입하고 있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 대비한 각 나라의 백신 개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예상보다 빨리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바이러스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것을 만회하려는 중국 지도부와 재선을 노리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독려가 일정을 당기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두 나라가 자존심 대결 양상을 보이면서 개발 과정에서 백신의 안전성 검증이 소홀히 취급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미국이 선수를 쳤다. 미 국립보건원은 지난 16일 세계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바로 다음날 중국 군사과학원 소속 군사의학연구원이 임상시험 돌입 사실을 발표했다.미국의 백신은 제약회사 모더나와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가 공동 개발한 것이다. 모더나는 워싱턴주 시애틀의 카이저 퍼머넌트 병원에서 18~55세의 건강한 자원자 45명을 대상으로 6주간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참가자들은 1개월 간격을 두고 두 차례 백신 주사를 맞는다. 이번 시험은 백신의 안정성을 확인하는 임상 1상 시험이다.모더나가 시험하는 백신은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이용하는 `mRNA-1273’이다. 바이러스 표면에 솟아 있는 돌기(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전정보를 담은 전령RNA(mRNA) 백신이다. 이를 인체에 주사해 ‘가짜 돌기단백질’을 만들어 진짜가 들어오기 전에 세포들이 항체를 만들어 놓게 유도하는 것이다. 돌기 단백질은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투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물질이다.기초과학연구원 바이오분자및 세포구조연구단의 김호민 카이스트 부교수에 따르면 직접 `가짜 돌기단백질’을 만들어 주사할 수도 있지만, 이 방식은 시간이 더 오래 걸려 체내에서 만드는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모더나는 25일만에 구조 설계와 시험생산을 마친 뒤 애초 4월부터 임상 1상에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독려에 따라 일정을 거의 한 달이나 앞당겼다.

중국에선 후베이성 우한 지역의 18~60세 주민 108명이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연구원은 이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각기 다른 양의 백신을 접종한 뒤 2주일간 격리시설에서 관찰한다. 이후 6개월 동안 정기적으로 항체 형성 여부를 체크한다. 연구원의 임상시험 계획에 따르면 이 시험은 올해 말까지 계속된다. 중국의 백신은 군사의학원과 톈진의 생명공학기업 캔시노바이오로직스(CanSino Biologics)가 개발한 바이러스 재조합 백신(아데노바이러스5형 벡터)이다. 에볼라백신 개발에 사용했던 기술을 기반으로 했다. 이 백신은 아데노바이러스를 유전자 운반체(벡터)로 활용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정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자를 아데노바이러스에 집어넣은 뒤 이를 인체에 주사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전임상 동물 실험에서 강력한 면역 반응과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한다. 임상1상 시험에선 실제 감염을 통해 백신 효과를 확인하는 것은 아니며, 백신이 항체 형성을 유발하는지만 검증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의 군사의학연구원이 주도하는 백신 연구엔 과학자 1천명이 참여하고 있다.첫 백신 접종 시기를 놓고도 두 나라간 신경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가 지난 19일 “9월께 인체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데 이어, 모더나의 스테파네 밴슬 최고경영자(CEO)도 23일 시판은 내년에 되겠지만 올 가을부터는 일부에서 비상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공표했다.최근 코로나19의 새로운 발원지가 된 유럽에서도 백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이달 말에서 4월 초 사이에 백신에 대한 동물실험을 마치고 4월 중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독일의 생명공학기업 큐어백이 개발중인 백신 소유권을 놓고 독일과 미국 사이에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백신 임상시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최초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기여한다는 자부심과 함께 다소간의 긴장감을 표명했다. 모더나 백신 임상시험 참여자인 시애틀의 마이크로소프트 엔지니어 닐 브라우닝은 인터넷미디어 <퓨처리즘>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팬데믹과 관련한 고통과 죽음을 줄이는 노력에 동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참가자 중 두번째로 실험용 백신을 맞은 그는 “이 백신에는 활동력이 없거나 약화시킨 바이러스가 없다”며 “동물 실험도 거치지 않았다는 걸 알지만 그에 따른 위험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중국 우한의 백신 임상시험 참가자인 차오렌은 영상공유 플랫폼 도우인(Douyin)에 실험용 백신 주사를 맞는 장면을 담은 영상을 올리고는 “나의 참여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쓸 필요 없이 서로 웃는 얼굴을 볼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지난 17일 임상시험 자원자가 필요하다는 소리를 듣고 다음날 바로 건강 진단을 받았다는 그는 “뭔가 자랑스럽다”며 “약간 긴장되기는 하지만 과학자들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신 개발이 시급하다는 이유로 중간단계를 건너뛰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모더나의 백신은 임상시험에 앞서 일반적으로 거치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았다. 임상시험 참가자를 모집하는 당일에서야 생쥐를 대상으로 백신을 테스트하기 시작했다.중국 상하이 푸단대 기초의학대학원 장시보 교수(생물학)는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 기고문을 통해 “보건당국은 백신 개발업체가 동물 실험을 통해 잠재적인 부작용을 확인하도록 해야 하며 임상시험 지원자도 신중하게 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러 유형의 백신 개발이 진행중인 중국에서 4월중 임상시험들이 계획돼 있는데 이는 동물 모델이나 임상시험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완전히 평가하기 전에 백신이 공급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자아낸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모더나가 개발한 RNA 백신에 대해서도 그동안 이 기술의 안전성은 입증되긴 했지만 이번 코로나19의 경우엔 그렇게 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보건당국은 백신 개발 지연에 따른 위험이 임상시험 참가자의 감염 위험보다 더 크다고 주장하지만, 기준이 낮아지면 백신 개발업체들이 너무 성급하게 달려들게 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밀켄연구소의 백신·치료제 개발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진행중인 백신 개발은 전임상단계를 포함해 모두 43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