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이 되나…도쿄올림픽 연기론에 골머리 앓는 선수촌

올림픽 빌리지(선수촌) 아파트를 보며 ‘인생에 다시 없을 기회’라서 거금을 들였다던 48세 회사원 A씨는 “올림픽이 연기되면 어떻게 되는 거냐”는 질문에 잠시 말을 멈췄다. 짧은 한숨 뒤에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지 않으냐. 일정이 연기된다면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지만,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2023년 3월 정상 입주는 일찌감치 단념한 듯 보였다.

지난 23일 저녁 A씨를 발견한 곳은 2020 도쿄올림픽 참가 선수들의 보금자리가 될 선수촌 단지 안 도로였다. 그는 올림픽 후 민간 주택으로 활용될 선수촌 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았고, 이날 처음으로 단지 안까지 들어왔다고 했다. 퇴근 후 곧장 자전거를 타고 온 그는 입주가 얼마나 미뤄질지 모르는 아파트를 담아두기라도 하려는 듯 20분여 동안 선수촌 단지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최근 2020 도쿄올림픽에 대한 국제 여론과 일본 정부 입장이 ‘연기’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면서 선수촌 문제가 주요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올림픽이 끝난 뒤 이곳을 일반 주거 단지로 조성하기로 계획했는데, 대회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내년 이후로 연기된다면 향후 일정이 줄줄이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도쿄도 주오구(中央区) 남부 도쿄만 일대의 약 13헥타르 크기(축구장 18개 넓이) 땅, 일명 ‘하루미 플래그(晴海 FLAG)’에 들어선 선수촌 단지엔 이미 아파트 21동이 건설돼 있다. 각국 선수단 약 2만6000명이 올림픽 대회 기간 이곳에서 머무를 계획이다. 이들이 사용할 단지 중앙 메인 식당과 휴식 공간인 ‘핫 플라자’도 완성돼 있었다.

주요 공사가 끝났기 때문인지 선수촌 단지는 종일 고요했다. 중장비가 가동되는 일은 거의 없었고, 일부 근로자들이 건물 외관에 장식품을 다는 작업을 하거나 아파트 현관 앞 텃밭을 다듬고 있었다. 도쿄 일부 지역에 꽃이 만발한 것과 달리 선수촌 안 꽃나무는 아직 가지가 앙상했다. 작동되지 않는 가로등 밑에 ‘머리 위 주의’라고 적힌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일반인들이 걸어서 단지 안을 관통하고 바닷가 앞까지 올 수 있지만 선수촌에선 좀처럼 외부인을 볼 수 없었다. 버스에 탄 사람들은 열에 아홉이 공사장 근로자들이었다. 선수들 용 메인 식당 앞에서 일하던 한 근로자는 “최근 이곳에 구경 오는 사람은 ‘제로’라고 보면 된다. 가끔 동네 주민들이 산책하러 올 뿐”이라고 말했다.

올림픽이 끝나면 선수촌 아파트는 내부 개조 과정을 거쳐 일반인 주택으로 용도가 바뀐다. 2023년 3월 입주가 시작된다. 메인 식당 자리엔 2023년 4월 개교를 목표로 초·중학교가 들어서고, 핫 플라자는 상업 시설로 쓰일 예정이다. 주오구 인구의 약 10%에 해당하는 1만 2000명 규모의 주거 단지가 새로 생기는 것이다.

모두 2020년 7월에 올림픽이 개막한다는 전제하에 세워진 계획인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올림픽 연기론이 대두하면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가장 근심이 큰 이들은 이곳 아파트를 계약한 사람들이다. 5600가구 중 지난해 7월 시작한 1기 893가구 분양이 이미 끝났다. 당시 2220명이 몰려 경쟁률이 2.5대1에 육박했다. 하루 만에 600가구가 팔렸다고 한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한 채 가격은 5000만엔(약 5억6000만원)에서 2억엔(약 22억7000만원)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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